발전하는 춘배
[독서] 멋있는 사람;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 본문
책 정보
-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
- 마티아스 뇔케 저
- 이미옥 역
- 퍼스트펭귄 (2025)
멋있는 사람
나는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구체적인 특징을 말로 설명하진 못하겠지만 그냥 딱 봤을 때, '오 멋지다' 싶은 느낌이 드는 그런 사람. 이 책은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한 여러 방법 중 한 가지 길을 제시해 주었다.
돌이켜보면 여태 나는 물질적 의미에서의 성공과 그로부터 나오는 '멋'을 바라왔던 것 같다. 어쩌면 내가 그리는 '멋진 사람'의 명확한 상이 없어서 막연히 가장 단순하고 간편한 사회적 성공 - 돈 - 을 목표로 삼았던 걸지도. 이 책을 읽고서 돈 많은 사람보다 멋진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에 관한 하나의 이미지를 얻게 되었고, 한 단어로 말하면 젠틀맨,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그 경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그 경계를 완전히 채우기 위해 집중해서 노력하는 사람'이라 하겠다.
자신이 정한 경계 밖의 일들에 쏟을 에너지를 아껴 경계 안의 '진정한 나'를 완성시키기 위해 투자하는 굉장히 효율적인 전략. 이를 위해서는 그 경계, 그러니까 내가 되고자 하는 나 자신의 이상적 모습을 명확하게, 아주 디테일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을 일단 설정하고 나면 나는 그곳으로 천천히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타인의 평가와 사회의 시선을 구태여 의식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내가 이상적인 나로 살겠다는데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타인은 굳이 내 주위에 둘 필요가 없는, 나와 맞지 않는 어쩔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지금까지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을 그토록 원했던 것은, 나도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건지 잘 몰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돈이 그러하듯, 타인의 칭찬과 인정도 정말 단순하고 간편한 성공 척도이다.
이제는 그런 단순한 것들 말고.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나의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 구체적으로 그려보기로 한다.
전반적 감상
책을 처음 읽을 때 왠지 모를 반감이 들었다. 성공주의자들에 대한 직접적이고 직설적인 비판. 성공을 팔아 돈을 버는 사람이나 이들을 비판하는 책을 팔아 돈을 버는 사람이나 내 눈에는 피장파장이었다.
책에서 충분히 유용한 교훈을 얻었음에도 이런 불편감은 끝까지 남았다.
나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대놓고 저격하는 책들이 싫은가 보다.
지나친 솔직함이 싫은 건지 그 공격성이 싫은 건지 둘 다인지.
문장들
인생은 승패를 나누는 경쟁이 아니다. 그건 성공을 팔아 돈을 버는 사람들이나 들먹이는 불손한 말이다. 자기 생각이 분명하고, 내면의 힘을 믿는 사람들은 자신의 명함을 금박으로 치장하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는다. (31p)
상대방에게 기울이는 관심의 비용은 점점 더 비싸진다. 누군가가 주의 깊게 내 말을 들어주는 일은 점점 더 드물어진다. ... 사람들이 어떤 대상에 주목하는 시간이 지난 10년 사이 평균 12초에서 8초로 줄었다고 한다. ... "인간의 집중력은 금붕어보다 짧다." (38-89p)
달성하기 힘든 계획을 주변에 알리는 것이 명예로운 일을 공표하는 것과 같다는 이런 생각은 스스로 뭔가 대단한 일을 이미 해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아직 아무것도 성사시킨 바가 없고, 다만 기분이 좋아졌을 따름인데 말이다. (68p)
그러나 겸손이라는 미덕을 가진 사람들은 다르게 행동한다. 그들은 거의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은 목표를 선택한다. 그러고 나서 그 목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실제로 한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웬만하면 그 목표에 대해 굳이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72p)
겸손함은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인 동시에 자의식을 보여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인 것이다. (77p)
우리는 끊임없이 앞으로 나가야 하고, 때로는 유연하게 가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쉼 없이 자기계발을 하며 스스로를 매니지먼트해야 한다. ... 빠른 사람들이 느린 사람들을 잡아먹는 세상이다. 끊임없이 서두르는 사람만이 뒤처지지 않는다. (91p)
그러나 젠틀맨은 이런 흐름과는 다른 삶을 산다. ... 그들은 서두르지 않고, 압박을 받지도 않는다. 주변으로부터 관심을 끌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 그들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그 누구에게 확신을 심어줄 필요도 없으며, 존경받기 위해 탁월해야 할 이유도 없다. ... 그들에게는 자신이 정한 만족스러운 위치가 따로 있기에 사회적, 물질적 성공을 위한 전략적인 계획은 중요치 않다. (92p)
남이 정한 경계는 나를 가두지만, 내가 정한 경계는 나를 규정하는 것이다. ... 내 경계 너머에 있는 것은 나에게 속한 것이 아니다. 나는 내 경계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위해 관심을 기울이고 신경을 쓴다. ... 경계 너머를 바라보며 그 경계를 넘어서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되는 것이다. (101p)
겸손한 태도는 자신의 경계를 분명히 정하는 것과 같다. 자신이 정한 경계 안에서 더 깊어질 수 있도록 말이다. (102p)
어떤 사람에게는 겸손으로 보여도, 또 다른 사람에게는 '겸손 떠벌리기'로 비칠 수 있다. 그래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겸손은 두 가지 측면에서 분명히 알아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남을 존중하는 마음' 그리고 '자신을 낮추는 태도'. 이 두 가지를 담고 있지 못한 표현이라면 그건 겸손이 아니라 기만일 것이다. (146p)
"그렇게 겸손하게 굴지 마. 당신은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아니거든." (146p)
대부분의 관계가 이렇다. 모든 사건은 각자에게 서로 다른 의미를 준다. 어떤 사건이 한 사람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던 반면에 다른 사람에게는 하찮은 일로 보일 수 있다. (239p)
만일 누군가와 대등한 관계로 함께 나아가기를 바란다면,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만 기억하자. ... 당신이 친구보다 더 낫다는 인상을 절대 풍기지 않는 것이다. ... 중요한 것은 당신을 친구와 연결해 주는 것, 관계를 지탱해 주는 것에 절대 우열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244p)
그러니까 우리 자신의 유일무이한 삶을 살아야만 하는 것이다. 그럴 수 있을 때 삶은 비로소 행복하고 충만해질 수 있다. (27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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