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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별이 비극이 되지 않으려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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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별이 비극이 되지 않으려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춘배0 2026. 4. 24. 23:41

책 정보

  •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 스미노 요루 저
  • 양윤옥 역
  • 소미미디어 (2025)

이별이 비극이 되지 않으려면

어쩌면 나에게 뭔가 전하고 싶어한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만일 그렇다면 나 이외의 사람에게는 꼭 전하고 싶은 마음을 남김없이 전하면 좋겠어. 너를 좋아한다, 너를 싫어한다, 그런 모든 것을 남김없이 전하면서 살았으면 해. 그런 걸 미적미적 미뤘다가는 나처럼 어느 틈에 죽어버릴지도 모르잖아? 나에게는 이제 더 이상 시간이 없지만, 내 친구들은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꼭 서로 마음을 나눠 갖기를 빌게. (280p)

 

소중한 이의 죽음은 왜 슬플까? 기약 없는 이별은 왜 마음을 불편하게 할까?

더 이상 진심을 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가 희망적인 결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에게 보낸 '나'의 마지막 메시지, 너의 췌장을 먹고 싶다는 그 메시지가 '읽음'으로 표시되었기 때문이다. 진심을 전할 수 있었기에 이 이야기가 감동적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마지막 메시지가 사쿠라에게 닿지 못했다면, 그 진심이 그녀에게 전해지지 않았다면 이 이야기는 그 자체로 비극이다. 어떤 인력거꾼의 운수 좋은 날이 비극으로 끝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비록 사쿠라는 죽었지만, '나'는 가슴속 깊은 곳에서 나온 진심을 용기 내 고백했고, 그 진심은 끝내 닿았다. 그렇기에 사쿠라의 죽음은 갑작스럽지만 비극적이지 않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은 결국 진심을 전하라는 말이다. 진심은 '있을 때'에만 전할 수 있다. 이별이 언제일 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진심은 지금 전해야 한다.

진심을 전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용기가 필요하다. 결국 우리의 이별이 비극이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용기를 내 진심을 전해야만 한다. 그런 걸 미적미적 미뤘다가는 어느 틈에 비극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비극이 찾아오기 전에 설렁탕을 사다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기를. 너를 좋아한다, 너를 싫어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다, 그런 모든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문장들

하루의 가치

"... 이를테면 비밀을 알고 있는 클래스메이트도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어?"
"······없지는 않다, 라고 할까."
"근데 그걸 지금 안 하고 있잖아. 너나 나나 어쩌면 내일 죽을 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는 너나 나나 다를 거 없어, 틀림없이. 하루의 가치는 전부 똑같은 거라서 무엇을 했느냐의 차이 같은 걸로 나의 오늘의 가치는 바뀌지 않아. 나는 오늘, 즐거웠어." (20p)
매일매일 자신의 사생관(死生觀)을 응시하며 살아가는 것은 분명 철학자이거나 종교인이거나 예술인뿐이다. 그리고 중병에 걸린 여학생이거나 그런 여학생의 비밀을 알아버린 놈이거나. (68p)
모든 인간이 언젠가 죽을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 나도, 범인에게 살해된 피해자도, 그녀도, 어제는 살아 있었다. 죽을 것 같은 모습 따위, 내보이지 않은 채 살아 있었다. 아, 그렇구나, 그게 바로 어떤 사람이든 오늘 하루의 가치는 모두 다 똑같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80p)

 

풀잎 배

세상 참, 어떤 일이 갑작스럽게 사건의 원인으로 작동할지 모르는 것이다.
강한 힘을 거스르는 일 없이 풀잎 배처럼 그냥 둥둥 떠밀려가며 살기로 마음먹은 나는 결국 그녀의 청을 거절하지 못한 채, 정확히는 거절할 타이밍을 잡지 못한 채, 약속 장소에 나오고 말았다.
... 나와는 달리 씩씩한 쇄빙선처럼 스스로 앞길을 개척해나가는 그녀에게 맞선다는 것은 풀잎 배의 삶으로서는 전혀 영리하다고 할 수 없는 짓이다. (30p)
다른 선택도 가능했을 텐데 나는 분명코 나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했고, 그 끝에 지금 이곳에 존재한다. 이전과는 달라진 나로서 이곳에 존재한다.
그렇다. 방금 깨달았다.
어느 누구도, 나조차도, 사실은 풀잎 배 따위가 아니다. 휩쓸려가는 것도, 휩쓸려가지 않는 것도 우리는 분명하게 선택한다. (247p)

 

말의 의미

말은 때때로 발신하는 쪽이 아니라 수신하는 쪽의 감수성에 그 의미의 모든 것이 내맡겨진다. (68p)

 

사건의 시작

이상이 시작되는 징조를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은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내가 주요 등장인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에서도 제1장이 어떤 장면인지 아는 게 가능한 것은 독자뿐이다. 등장인물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90p)

 

빌기 쉬운 소원

문득 깨닫고 보니 그녀보다 더 오래오래 나는 빌고 있었다.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소원이 오히려 더 기원을 올리기 쉬운 것이리라. 어쩌면 그녀는 다른 소원을 빌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기원이란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조용히 올리는 것이다. (104p)

 

인간관계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너로 인해 상처를 입었을까나."
교우관계가 넓은 그녀니까 그 숫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참으로 죄 깊은 인간이다. 그런 점에서 교우관계가 없는 나는 남을 상처 입힐 말은 하지 않는다. 어느 쪽이 인간으로서 올바른지는 저마다 판단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123p)

 

맹목

사람을 맹목으로 만드는 것은 사랑뿐만이 아니다. 사고방식도 사람을 맹목으로 만든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나는 어깨가 왈칵 젖혀지기 전까지 뒤쪽의 그가 쫓아왔다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188p)

 

대화의 필요성

나는 진심으로 어이가 없다. 어째서 그들은 다수파의 생각이 옳다고 굳게 믿어버리는가. 아마 그들은 서른 명쯤만 모이면 아무렇지도 않게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자기들에게 정당성이 있다고 믿기만 하면 어떤 악한 짓이라도 서슴없이 저지르지 않을까. 그것이 인간성이 아니라 기계적인 시스템이라는 것도 알지 못한 채. (205p)
"... 그나저나 너는 왜 그런 상황에 빠졌는지 알고 있어?"
"너하고 함께 있었기 때문이겠지."
"에이, 내 탓으로 돌리려고? 그런 거 아니야. 네가 우리 반 애들하고 제대로 대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20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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